인도는 식민종주국 영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1757년 플라시 전투(Battle of Plassey)부터 1947년 독립까지 약 190년 동안 영국의 가혹한 식민지배를 겪었던 인도는 식민 통치의 상흔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이 일본에 느끼는 감정과는 사뭇 다른 독특하고 복합적인 정서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영국정부가 아닌 동인도회사(The East India Company)가 1757년부터 1857년까지 100년간 지배했으며 영국이 직접 통치한 것은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입니다.

인도인들이 과거 종주국 영국에 대해 품고 있는 복잡한 감정의 실체와 독립 이후 오늘날까지 인도사회 전반에 영국이 남긴 그들의 언어, 영어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알아봅니다.


Taj Mahal, India
Taj Mahal, India


1. 인도인들이 영국에 대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

인도인들의 대영 감정은 단순한 분노나 증오라기 보다는 역사적 비판과 실용적 수용이 뒤섞인 이중적 감정에 가깝습니다.

영국 식민지배 기간 동안 인도 경제는 철저히 파탄 났으며 1943년 3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은 벵골 대기근과 무자비한 식민탄압(암리차르 학살 Amritsar Massacre등)은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상흔으로 남아있습니다.

영국이 인도의 부를 착취하여 본국으로 빼돌렸다는 사실에 대해 인도인들은 매우 비판적이며 이에 대한 영국의 공식적인 반성과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총리들이 유감을 표명한적은 있지만 공식사과(Formal Apology)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영국인이나 영국문화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나 혐오정서는 한국의 반일감정에 비해 훨씬 덜한 편입니다.

오히려 영국유학이나 이민을 선호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즐겨 시청하고 크리켓을 열광적으로 즐기며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영국과의 관계를 매우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 한국의 대일 감정과 인도의 대영 감정이 다른 이유

한국과 인도는 모두 제국주의 식민지배를 겪었지만 식민 통치의 방식과 독립 이후의 국가적 상황 차이로 인해 감정의 결이 크게 다릅니다.

민족 정체성 말살 정책의 유무

일제강점기 일본은 창씨개명, 한국어사용 금지, 신사참배 강요등 민족의 문화와 역사 자체를 완전히 말살하는 황국신민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민족의 뿌리와 자존심을 짓밟은 원수로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반면 영국은 인도인을 영국인으로 동화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종교와 카스트제도를 이용해 인도인들끼리 서로 갈등하고 통제하도록 만드는 분할통치(Divide and Rule)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언어와 고유문화를 말살 당하지는 않았기에 감정의 성격이 다릅니다.

지리적 거리와 안보적 위협 체감

일본은 한국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인접국으로 독도영유권 분쟁이나 역사왜곡 문제가 매년 피부에 와닿기에 직접적인 갈등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영국은 인도에서 수천 km 떨어진 먼 대륙에 위치해 있어 독립이후 인도와 직접적인 영토분쟁이나 군사적 위협을 주고받을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인도의 다민족 다종교 분열 상황

인도는 독립 직후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으로 파키스탄과 피비린내 나는 분단전쟁을 치렀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 인도인들의 가장 강력한 국가적 적대감과 경계심은 과거의 종주국 영국이 아니라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과 중국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3. 인도 사회 각 분야에서 영어가 쓰이는 실제 수준

인도는 힌디어와 영어 등 22개의 공용어를 헌법상 인정하고 있으나 실제 국가운영과 엘리트 계층을 움직이는 핵심 언어는 식민 종주국의 언어인 영어입니다.

수백개의 언어와 수천개의 방언이 존재하는 인도에서 영어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남부와 북부 인도인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공통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법전과 사법시스템의 전면 영어사용

인도의 대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재판 변론과 판결문 작성은 원칙적으로 100% 영어로만 이루어집니다.

인도의 형법, 민법, 상법등 모든 핵심법전 역시 영국 식민지 시절의 영미 보통법 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영어로 작성되어 유지되고 있습니다.

공문서와 중앙정부 행정

중앙정부의 법률안 제정, 대통령과 총리의 공식문서 발표, 주요 정책보고서등 국가의 핵심 공문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작성되거나 힌디어와 영어가 반드시 병기됩니다.

고위공무원 임용시험과 외교문서 역시 영어가 절대적인 기준 언어입니다.

고등교육과 기업 비즈니스

인도의 유수 공과대학(IIT)과 경영대학원(IIM)을 비롯한 모든 종합대학의 학부및 대학원 수업, 전공 서적, 논문은 전부 영어로 진행됩니다.

타타 그룹이나 릴라이언스 같은 대기업의 사내 업무, IT 소프트웨어 산업, 금융권 거래는 영어가 필수적인 기본 언어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수 있는지 여부가 인도 사회에서는 사회적 계급상승과 고소득 일자리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척도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4. 인도의 현재 모습

결론적으로 인도의 190년 식민역사는 경제적 착취와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남겼으나 그들이 남기고 간 영어와 사법제도및 의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발판 삼아 오늘날 글로벌 IT 및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거대한 역설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식민유산을 자국의 세계화 무기로 실용화해 낸 인도의 모습은 역사와 미래를 대하는 또 다른 국가 발전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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