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사의 가장 독특한 특혜 - 젖은 발 & 마른 발 정책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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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강대국인 미국으로의 이민은 예나 지금이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미국 정부가 유독 한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파격적인 수준의 영주권혜택과 이민문호를 열어준 예외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 아랫동네 쿠바입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화 이후 시작된 쿠바인들의 미국망명 역사와 수만명이 배를 타고 쿠바를 탈출했었던 마리엘(Mariel) 항구 대개방 사건 그리고 유명한 젖은발 마른발(wet foot, dry foot) 원칙까지 쿠바에 대한 이민정책의 흥미로운 역사와 그 이면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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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lecon, Havana Cuba |
1. 카스트로의 공산화와 쿠바 조정법의 탄생
미국과 지척에 위치한 쿠바의 이민역사가 급변한 것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일으켜 쿠바를 공산화하면서 부터 입니다.
카스트로 정권의 탄압을 피해 수많은 중산층과 지식인들이 미국 플로리다로 탈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냉전 체제하에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쿠바 난민들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미국의 경제 제재
1959년 쿠바 공산화 이후 카스트로 정권은 쿠바에서 사업을 하던 모든 미국기업의 자산을 몰수하여 국유화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미국은 경제 제재로 쿠바를 봉쇄하였습니다. 쿠바와의 모든 수출입을 금지하였습니다.그리하여 쿠바에는 1959년 이후 생산된 미국차는 볼수가 없습니다. 쿠바 거리를 운행하는 차들은 1950년대 미국차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며 미국인들은 이를 보고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제 제재는 아직도 시행중입니다.
1966년 쿠바 조정법(Cuban Adjustment Act)
미국 의회는 1966년 쿠바인들만을 위한 파격적인 특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밀입국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땅에 입국하여 1년이상 거주한 쿠바인은 누구나 미국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다른나라 출신 이민 희망자들이 수년 또는 10년이상 대기하며 까다로운 신원조회를 거쳐야 했던 것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파격적인 혜택이었습니다.
2. 카스트로의 역공 1980년 마리엘 항구 개방 사건
미국이 카스트로 정권을 흔들기 위해 쿠바인들의 탈출을 독려하자 카스트로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미국 정부를 당황하게 만드는 사고를 쳤습니다.그것이 바로 1980년 마리엘 항구 대 개방사건인데 이른바 Mariel 항구 선박수송 작전이라는 뜻의 Mariel Boatlift라고 불리는 사건입니다. Mariel 항구는 수도 Havana 서쪽에 위치한 항구인데 미국의 영향으로 쿠바 내의 반정부 시위와 경제난이 극에 달하자 카스트로는 미국으로 떠나고 싶은 자는 누구든 떠나도 좋다며 마리엘 항구를 전격 개방했습니다.
미국의 허를 찌른 범죄자 방출
그러자 마이애미의 쿠바계 미국인들이 가족, 친척들을 데려오기 위해 수천척의 배를 끌고 마리엘 항구로 몰려들었습니다. 참고로 Miami에는 Little Havana라는 쿠바인들이 제일 많이 몰려사는 지역이 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Miami를 방문했을때 택시 운전사부터 커피숍 직원들까지 모두 쿠바인들이라 놀란적이 있습니다.
카스트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치범뿐만 아니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범죄자들과 정신병원 환자들까지 강제로 배에 태워 미국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이렇게하여 1980.4월부터 1980.10월까지 6개월간 12만명의 쿠바인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평균 600명 이상 플로리다로 상륙했습니다. 이로 인해 마이애미 지역의 치안이 급격히 악화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국 이민정책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는 미국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면적으로 국경을 개방한 카스트로 정권에 미국은 크게 당황했습니다.
3. 젖은 발과 마른발 정책(Wet Foot, Dry Foot Policy)의 등장
마리엘 대개방 이후에도 목숨을 걸고 초라한 목선이나 심지어 뗏목을 타고 플로리다 해협을 건너는 쿠바인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는 기존의 무제한 수용정책을 수정하여 젖은 발, 마른발 원칙을 도입했습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쿠바 난민이 어디에서 잡혔느냐에 따라 그들을 수용하거나 추방하는 것이었습니다.
젖은 발(Wet Foot): 바다 위에서 미국 해안경비대에 적발된 쿠바인은 발이 아직 육지에 닿지 않았기 때문에 젖은 발 Wet Foot이므로 곧바로 쿠바로 강제 송환되었습니다.
마른 발(Dry Foot):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피해 미국 육지에 무사히 밀입국한 쿠바인은 미국 체류를 정식으로 허가받고 1년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해안가 근처 바다에서는 해안 경비대원들과, 어떻게든 육지에 도착하기 위해 필사의 상륙작전을 벌이는 쿠바 난민들 사이에 눈물겨운 추격전이 매일같이 벌어졌습니다.
4. 오바마 정부의 특혜종식과 현재의 상황
수십년간 유지되던 쿠바인들의 이민 특혜는 2017.1.12.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종료 직전 21년간 시행된 젖은 발, 마른 발 정책의 전격 폐지를 선언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가 2015년 회복되면서 더 이상 쿠바인들에게만 특혜를 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쿠바인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식비자를 받거나 정당한 난민심사를 거쳐야만 미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쿠바인들을 향한 미국의 이민 정책은 20세기 냉전 시대의 정치적 산물이자 자국 우선주의와 인도주의가 복잡하게 얽혀 있던 미국 이민사의 가장 독특한 한 장면이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쿠바 태생 이민자 170만명을 포함하여 총 300만명의 쿠바계 이민자가 살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들중에는 Ted Cruz 상원의원, Marco Rubio 국무장관등이 있습니다. 한때 키움 히어로즈에서 선수로 뛰었던 Yasiel Puig도 쿠바 출신입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던 쿠바 난민들의 비극의 역사와 이들이 형성한 마이애미의 거대한 쿠바계 커뮤니티는 오늘날 미국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의 하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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