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는 언제부터 세계 공용어의 자리를 영어에 넘겨주었을까
들어가며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어는 단연 영어입니다. 국제 외교와 비즈니스및 학문 분야에서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백여년 전만 해도 세계의 중심언어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였습니다.외교와 교양의 상징이었던 프랑스어가 언제부터 그 막강한 지위를 영어에 넘겨주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계기와 과정을 알아봅니다.
1. 유럽을 지배했던 프랑스어의 전성시대
17세기 프랑스 태양왕(Sun King) 루이 14세(Louis XIV) 시절부터 19세기까지 프랑스어는 유럽의 왕실과 학문 및 국제 외교의 유일무이한 표준 언어였습니다. (참고로 그가 태양왕으로 불린 이유는 태양을 자기의 상징으로 삼았기 때문임)당시 유럽의 외교관이나 지식인들은 국적이 달라도 모두 프랑스어로 대화하고 국가간 조약도 프랑스어로 작성되었습니다.
영국의 왕실과 귀족들조차 공식석상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했으며 러시아의 귀족사회에서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면 지식인 취급을 받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2. 영어의 거센 도전 -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
수백년 동안 이어지던 프랑스어의 독주에 처음으로 거대한 도전이 생긴 결정적 계기는 제1차 대전이 끝난 1919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의 연합군이 독일을 상대로한 파리 강화회의였습니다.당시 승전국을 대표하던 미국의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과 영국의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 총리는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국의 막강해진 영향력을 반영하여 평화조약을 영어로도 작성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때까지의 국제조약은 프랑스어로 작성한다는 불문율을 깬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베르사이유 조약(Treaty of Versailles)은 역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어와 영어가 동등한 자격의 외교언어로 공식 인정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백 년간 프랑스어가 독점하던 국제 외교무대에 영어가 화려하게 등장한 순간이었습니다.
3. 완벽한 왕좌의 교체 - 1945년 2차대전 이후
프랑스어가 세계 왕좌의 자리에서 완전히 내려오고 영어가 독보적인 세계 공용어로 자리 잡은 것은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입니다. 전쟁으로 유럽 대륙 전체가 황폐화된 반면 미국은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습니다.국제기구의 중심 이동: 1945년 설립된 국제연합(UN) 본부가 미국 뉴욕에 들어섰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영어가 실질적인 핵심 운영언어로 채택되었습니다.
문화와 경제의 패권: 미국의 달러 패권과 더불어 할리우드 영화및 대중음악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영미권이 독점하면서 전 세계인이 배워야 할 필수 언어가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4. 그래도 상당한 프랑스어 영향력
프랑스어는 1919년 베르사이유 조약을 기점으로 영어와 지위를 나누기 시작했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거치며 세계 공용어의 왕좌를 영어에 완벽히 넘겨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프랑스어의 지위가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닙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기 위하여는 영어는 기본이지만 프랑스어에도 능통해야 선출될수 있습니다.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프랑스 포함 전세계에 29개국이나 있으며 그들의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실제로 프랑스를 가보면 그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영어를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네시장 같은곳에서는 영어가 잘 안통하는걸 느낄수 있습니다.
영국이 세계 전지역에 걸쳐 식민지를 가졌던 이유로 영어 공용 국가가 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널려있는 반면 프랑스는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 식민지를 가졌던 이유로 프랑스어권도 아프리카에 집중 분포한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어쨌든 현재는 영국이 남긴 식민지 유산의 영향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국력을 배경으로 영어가 국제 공용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였고 이는 앞으로 적어도 100년 이내에는 변동이 없을것 같습니다.
국가의 국력과 패권의 이동이 언어의 위상까지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세계사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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