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정치명문가 케네디가의 흥망성쇠

케네디가 형제들 (Robert, Edward, John)
케네디가 형제들 (Robert, Edward, John)


미국에는 공식적인 왕실이 없지만 왕가에 가장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가문이 바로 케네디 가문입니다.

아일랜드 빈농 출신의 이민자에서 시작해 백악관의 주인이 되며 세계 최강대국의 권력을 쥐었던 이 가문은 영광의 최정점에서 이른바 케네디가의 저주로 불리는 끔찍한 연쇄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권력의 설계부터 화려한 전성기 그리고 분열과 쇠퇴를 겪고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케네디 가문의 세대별 흥망성쇠를 분석해 봅니다.


1. 권력의 기초를 다진 1세대와 2세대


케네디 가문의 미국 정착은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보스턴으로 이주한 패트릭 케네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아들인 패트릭 조지프 케네디가 주류사업과 지역정치로 기반을 다졌습니다.

본격적인 권력의 설계자는 2세대인 조지프 P. 케네디 시니어였습니다. 그는 은행업, 부동산, 주식시장,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넘나들며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습니다. 밀주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사업가였습니다.

영국주재 미국 대사까지 지낸 그는 자신의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자식들을 미국의 유능한 정치인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마스터플랜에 쏟아부었습니다.


2. 화려한 영광과 비극의 3세대

아버지의 치밀한 기획과 막대한 자금력에 힘입어 3세대 자식들은 미국 정치사의 정점을 찍었으나 동시에 끔찍한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들 3형제 모두 Harvard 대학 출신이며 모두 상원의원을 지냈습니다.

존 F. 케네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장남 조지프 주니어가 전사하자 차남이었던 존 F. 케네디가 대표 주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을 거쳐 1960년 제3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가문의 꿈을 완성했습니다. 젊고 매력적인 대통령 부부는 미국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의 우상으로 떠올랐으나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범인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로버트 케네디: 케네디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당시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 역시 유세 도중 그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불만을 품은 팔레스타인 출신 이민자에 의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암살당하며 가문에 깊은 좌절을 안겼습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막내 에드워드 케네디는 형들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으나 1969년 7월 저녁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시절 여비서를 태우고 다리를 지나던중 바다로 추락하였고 그는 탈출하였지만 여비서는 빠져나오지 못하여 사망하였는데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10시간 후에 신고한 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어 대권의 꿈을 접었습니다.

대신 그는 47년간(1962-2009)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상원의원 중에서 4번째로 장수한 의원이었고 의료보험법과 민권법안을 주도한 입법의 거인으로 남았습니다.
(참고로 에드워드 케네디보다 더 오래 역임한 상원의원들을 보면 Robert Byrd 51년, Daniel Inoue 49년, Strom Thurmond 48년 입니다)



3. 옅어지는 후광과 계속되는 추락


부모 세대의 화려한 후광을 업고 자라난 4세대는 윗세대의 정치적 카리스마를 뛰어넘지 못한채 각종 스캔들과 비극으로 얼룩지며 가문의 몰락을 재촉했습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인물은 존 F. 케네디의 아들인 존 F. 케네디 주니어였습니다. 완벽한 외모와 대중성을 갖추어 미래의 대통령감으로 불렸으나 1999년 자신이 직접 조종하던 경비행기가 대서양에 추락하며 아내와 함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다만 그의 누나 캐롤라인 케네디가 오바마, 바이든 정부시절 주일대사와 주호주대사를 역임했습니다

에드워드 케네디의 아들인 패트릭 J. 케네디 하원의원 등이 정계에 진출하기는 했으나 가문의 이름값을 턱없이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고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 로버트 주니어가 집안의 가풍과는 반대로 공화당인 트럼프 정부의 보건장관으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그밖의 케네디가 4세대들중 많은 이들이 약물 과다복용등 여러 사건으로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4. 후손들의 분열과 이단아의 등장


오늘날 케네디 가문은 과거의 결속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인물은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들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입니다. 그는 백신 반대 음모론을 주도하고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여 가문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기반을 흔들었고 현재는 트럼프정부의 보건장관으로 일하고 있는데 수십명의 케네디가문 친척들이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거의 가문에서 파문당한 상태입니다.

반면 존 F. 케네디의 유일한 외손자인 잭 슐로스버그는 민주당 주류의 가치를 옹호하며 가문의 정통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처럼 미국 전체를 뒤흔드는 정치적 파괴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5. 권력의 무상함과 가문의 황혼


케네디 가문의 역사는 천문학적인 부와 치밀한 야망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어떻게 거대한 정치적 왕조를 세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연속되는 비극과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그 어떤 명문가도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권력의 무상함을 증명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자가 3대까지 가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의 정치권력도 그러한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끝없는 영감과 환상을 심어주었던 케네디라는 이름은 이제 영광스러운 전설을 뒤로한 채 평범하고 분열된 현대 정치사의 한 페이지로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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