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속의 작은 영국, 지브롤터(Gibraltar)의 역사와 갈등

 


[세계의 분쟁 지역] 스페인 속의 작은 영국, 지브롤터(Gibraltar)의 역사와 갈등

유럽 대륙의 남쪽 끝 스페인 영토 안에는 신기하게도 영국 국기가 휘날리는 작은 땅이 있습니다. 
바로 지브롤터(Gibraltar)입니다. 
면적이 여의도 크기의 2배 남짓(약 6.8 km²) 밖에 되지 않는, 인구 38,000명의 이 작은 암석 반도가 어떻게 거대한 스페인을 제치고 영국의 영토가 되었으며 왜 아직도 두 나라가 다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어떻게 영국의 영토가 되었을까?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지브롤터가 영국령이 된 계기는 18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의 발발과 기습 점령: 1701년 스페인의 왕이 후손 없이 사망하자 유럽의 강대국들이 자기 가문의 인물을 스페인 왕위에 앉히기 위해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때 영국과 네덜란드 연합군이 1704년 스페인 남단의 천연 요새인 지브롤터를 기습 공격하여 점령했습니다.

위트레흐트 조약 (1713년): 전쟁을 마무리하며 맺은 Treaty of Utrecht(위트레흐트 조약)에서 스페인은 새로운 왕의 지위를 인정받는 대가로 영국에 지브롤터를 영구히 넘겨주게 됩니다. 
조약서에는 "영국에 지브롤터 시와 성, 항구 및 요새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영원히 양도한다"고 명시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브롤터는 영국의 해외 영토로 남게 되었습니다.



2. 스페인과의 팽팽한 영유권 분쟁
스페인은 조약에 도장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브롤터를 호시탐탐 되찾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지리적으로 완전히 스페인 영토내에 위치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국경 봉쇄와 압박: 1960~70년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정권 시절에는 지브롤터로 통하는 육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전화선까지 끊으며 고립 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의 논리: 스페인은 지브롤터가 자국 영토의 일부이며 18세기 조약은 영국의 강요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영국이 조약에 명시된 범위를 넘어 영해와 공항 부지(중립 지대)까지 불법으로 확장해 실효 지배하고 있다며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논리: 영국은 역사적인 조약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영유권을 취득했으며 300년 이상 이곳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으므로 반환할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3. 지브롤터 주민들의 선택: 두 차례의 주민투표 결과
분쟁의 향방을 가른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바로 지브롤터 주민들의 자유의사였습니다. 
현재 약 38,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스페인으로의 편입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는 역사적인 두 차례의 주민투표 결과에서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1차 주민투표 (1967년): 스페인의 주권 압박이 거세지자 실시된 투표에서 주민의 99.6%가 "스페인의 주권을 수용하지 않고 영국의 통치를 유지하겠다"를 선택했습니다. 
스페인 편입에 찬성한 사람은 단 0.4%에 불과했습니다.

2차 주민투표 (2002년): 영국과 스페인 정부가 타협안으로 "두나라가 지브롤터의 주권을 절반씩 나누어 갖는 공동 주권안(Shared Sovereignty)"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지브롤터 주민들은 이마저도 거부하며 투표율 88% 중 98.9%가 반대표를 던져 무산시켰습니다. 
주민들은 오직 영국령으로 남거나 완전한 자치권을 누리기를 원했습니다.


4. 브렉시트(Brexit) 이후의 경과와 전망
영원히 영국령으로 평화로울 것 같던 지브롤터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Brexit로 인해 새로운 장래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딜레마의 발생: 지브롤터 주민들은 영국 본토를 사랑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일 스페인에서 출퇴근하는 1만 5천 명의 노동자와 물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6년 브렉시트 투표 당시 지브롤터 주민의 96%는 영국의 EU 탈퇴를 반대했습니다.

경과와 전망: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지브롤터와 스페인 국경이 거대한 장벽이 될 위기에 처하자 두나라는 지브롤터를 EU의 자유 통행 구역인 '솅겐 조약' 지대에 편입시키는 독특한 형태의 타협안을 도출했습니다.

정치·군사적으로는 영국의 영토로 남되 국경과 경제적 이동은 스페인 및 EU 체제에 긴밀하게 묶이는 '하이브리드(혼합형) 자치령'의 형태로, 즉 2026년 7월부터 스페인과 지브롤터사이의 통행은 여권이 필요없는 passport-free crossing 형태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앞으로 계속 지속될 전망입니다.


5. 글을 마치며
지브롤터 분쟁은 단순히 땅을 빼앗고 빼앗기는 문제를 넘어 주민들의 생존권과 경제적 이익 그리고 영국의 자존심이 얽힌 복잡한 문제입니다. 
"내 장래는 내가 결정한다"는 주민들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한 스페인 영토 끝자락에 위치한 이 작은 "미니 영국"의 붉은 전화부스와 영국식 풍경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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