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유로(Euro)를 쓰는 프랑스령 기아나(French Guiana) 이야기

 [세계의 영토 변천사]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유로를 쓰는 프랑스령 기아나(Guiana) 이야기

지도를 펼쳐 남미 대륙을 보면 브라질 바로 위쪽에 아주 생소한 작은 영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변의 모든 남미 국가들이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델란드로부터 독립하여 독자적인 나라를 세웠지만 이곳은 놀랍게도 여전히 프랑스의 정식 영토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령 기아나입니다. 
인구는 30만명, 면적은 84,000km²로 대한민국(남한)의 80%에 해당합니다.

남미 대륙 한복판에 어떻게 유럽 국가인 프랑스의 영토가 남아있게 되었으며 이곳이 프랑스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땅인지 그 내막을 알아보겠습니다.


1. 남미 대륙에 입성한 프랑스의 개척과 잔혹한 역사
프랑스가 남미 대륙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초반이었습니다.
당시 영국과 네덜란드 및 프랑스 등 서유럽 열강들은 남미대륙 북부해안가를 나누어 차지했습니다. 
프랑스는 1643년 Cayenne(현재의 수도)이라는 도시를 세우고 이 지역을 자국의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개척 초기의 역사는 잔혹함과 비극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열대 우림의 가혹한 기후와 감염병 때문에 수많은 프랑스 이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프랑스는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수십만 명의 흑인 노예들을 강제로 끌고와 사탕수수와 커피 농장에서 혹독한 노동을 시켰습니다.




2. 악명 높은 형벌의 섬 악마의 섬
19세기에 접어들면서 프랑스령 기아나는 무시무시한 유배지이자 형벌의 땅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본토의 정치범들과 중범죄자들을 격리하기 위해 기아나 해안의 외딴섬들에 대규모 수용소를 지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았던 곳이 바로 악마의 섬이었습니다. 소설과 영화 파피용(Papillon)의 실제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한번 들어가면 탈출이 불가능한 지옥 같은 수용소였습니다.(1973년작 영화 Papillon, 주연 Steve McQueen, 조연 Dustin Hoffman)

수만 명의 죄수들이 지옥같은 환경과 치명적인 전염병 속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이로 인해 기아나는 오랫동안 프랑스인들에게 조차 버려진 절망의 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3. 식민지에서 프랑스의 정식 주령으로의 변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 세계에 탈식민지화 바람이 불었으나 기아나의 운명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기아나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독립대신 프랑스령으로 남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1946년 프랑스 정부는 기아나를 본토의 행정구역과 완전히 동등한 지위를 지닌 해외 데파르트망(Department) 즉, 프랑스의 정식 행정구역으로 편입시켰습니다.

이로써 프랑스령 기아나는 식민지가 아니라 파리나 리용처럼 프랑스영토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주민들 역시 프랑스 국적과 함께 유럽연합 시민권을 얻게 되었으며 현지통화 역시 유로화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4. 유럽 우주개발의 핵심 기지로 도약
버려진 형벌의 땅이었던 기아나의 위상을 180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1960년대 우주센터의 건설이었습니다.
프랑스는 자국의 우주 개발을 위해 적도에 가까우면서도 동쪽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진 최적의 장소를 찾았고 그 답이 바로 기아나였습니다. 적도 근처는 지구 자전 속도를 가장 활용하기 좋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 연료가 가장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1968년 기아나의 쿠루(Kourou) 지역에 우주센터가 들어섰고 이곳은 유럽우주국 즉 ESA의 핵심 로켓 발사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현재 유럽의 대표적인 로켓인 아리안 로켓이 모두 이곳에서 발사되며 전세계 상업용 위성 발사의 중심지로 거듭났습니다.


5. 주민들의 생각과 향후 전망
남미 대륙의 다른 나라들이 독립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기아나 주민들도 독립을 원할 법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기아나 주민 절대다수는 독립보다는 프랑스의 정식영토로 남는 것을 강력히 선호합니다. 프랑스 본토 소속으로 인한 정치적 안정과 프랑스 정부가 매년 쏟아붓는 막대한 재정지원과 수준높은 의료 및 교육, 복지 혜택 덕분에 주변 남미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프랑스령 기아나는 우주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프랑스의 실제적 이익과 풍요로운 삶을 원하는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앞으로도 남미대륙 속의 유일한 유럽 땅으로 계속 남아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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