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왜 같은 나라 안에서 언어와 민족으로 나뉘어 갈등할까

 [세계의 분쟁지역] 벨기에는 왜 같은 나라 안에서 언어와 민족으로 나뉘어 갈등할까


유럽연합과 나토 본부가 위치해 있어서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는 벨기에는 지리적으로 작은 나라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구 1,200만명, 면적 30,528 km²로 경상남북도를 합한 면적과 비슷한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민족적 정체성마저 달라서 국가 분열의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경상북도와 경상남도가 서로 통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면서 한 국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벨기에가 어쩌다 언어와 민족으로 쪼개지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현황 그리고 국민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알아보겠습니다.



1. 벨기에를 둘러싼 두 민족과 언어의 뿌리
벨기에는 크게 북부의 플란데르(Flanders)지역과 남부의 발로니(Wallonia) 지역으로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북부 플란데르: 게르만계 민족인 플랑드르인이 살고 있으며 네덜란드어를 사용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합니다.

남부 발로니: 라틴계 민족인 발롱인이 살고 있으며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분열은 로마제국 시절 북쪽의 게르만족과 남쪽의 라틴 문화권이 부딪히던 경계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두 문화권의 접경지대로 남아있다가 1830년 강대국들의 정치적 타협으로 벨기에라는 하나의 독립 국가로 묶이게 되면서 갈등의 씨앗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 역사적 주도권의 역전과 깊어진 감정의 골
독립 초기 벨기에의 주도권은 남부 프랑스어권이 완벽하게 쥐고 있었습니다.
남부 지역의 석탄과 철강산업이 대호황을 누리면서 경제적 부를 독점했고 1830년 건국이후 프랑스어만 공식 언어로 지정하여 북부 주민들을 차별했습니다. 북부 주민들은 자국 내에서 2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오랫동안 깊은 상처와 불만을 쌓아왔습니다.(1898년 오랜 투쟁끝에 네델린드어도 공용어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180도 뒤집혔습니다.
남부의 중공업이 몰락한 반면 북부는 바닷가를 끼고 물류와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며 경제적 대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막강한 경제력을 갖게 된 북부 네덜란드어권이 자기들이 부담한 세금으로 가난한 남부를 부양하기 싫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과거의 차별에 대한 앙금까지 더해지며 두 지역의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3. 언어 장벽이 만든 기이한 행정 시스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벨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연방제 국가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나라를 언어와 지역에 따라 쪼개어 각각 별도의 정부와 의회를 두었습니다. 국가 전체를 다스리는 중앙 정부 외에도 언어별 자치 정부와 지역별 자치 정부가 따로 존재하여 인구 1,200만 명 남짓한 나라에 정부만 6개가 존재하는 기이한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적 비효율성이 극에 달했습니다. 2010년에는 남북 갈등으로 정치권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정식 중앙정부를 구성하지 못하여  
무려 541일 동안 무정부 상태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4. 벨기에 국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실제 어려움
이러한 민족 및 언어 분열은 벨기에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불편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언어 소통의 장벽: 같은 나라 국민인데도 북부 사람과 남부 사람이 만나면 서로의 언어를 몰라 영어로 대화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집니다. 그 이유는 각 지역 학교가 자신들의 언어로만 교육하는 관계로 상대방의 언어를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행정 절차: 이사를 하거나 행정 서류를 떼려고 해도 지역에 따라 쓰이는 언어가 달라 행정 처리가 매우 지연되고 혼란을 겪습니다.

사회적 분열: 언론 방송과 교육과정 및 정당마저 완벽하게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으로 갈라져 있어서 국민들이 하나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느끼기 어렵습니다.신문, 방송도 각자의 언어로만 출판, 방송하며 상대지역의 뉴스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경제적 불균형: 북부에서는 자치권을 넘어 아예 독립하자는 극우 분리주의 정당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국가 해체에 대한 불안감이 일상적으로 존재합니다.


5. 향후 전망: 위태로운 공존의 지속
벨기에는 정치적 행정적으로는 완벽히 갈라져 있지만 수도인 브뤼셀이 두 언어를 모두 쓰는 공용 지역이자 유럽연합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 당장 나라가 쪼개지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국가를 분할할 경우 수도 브뤼셀을 어느 쪽이 가질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어렵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수밖에 없지만 언제라도 분리될수 있는 위험성은 항상 잠복해 있습니다.

앞으로도 벨기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민족이 타협과 연방제를 통해 어디까지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유럽의 가장 복잡한 시험대로 남아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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