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땅에 왜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세계의 영토 변천사] 이탈리아 땅에 왜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한국인 등산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알프스산맥의 장엄한 풍경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최북단의 돌로미티 산악지대(Dolomite Mountains)와 그 주위의 볼차노(Bolzano) 주 즉 남티롤(Tyrol Sud) 지역은 이탈리아 영토이면서도 주민 절대다수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매우 독특한 곳입니다.

길거리의 모든 표지판에는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적혀 있으며 거리의 풍경, 음식 그리고 문화 역시 이탈리아보다는 오스트리아나 독일에 훨씬 가까운 편입니다. 볼차노 지역이 어떻게 이탈리아 땅이 되었으며 독일어 사용 인구 비율과 현재의 갈등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보겠습니다.




1. 원래는 오스트리아의 뿌리였던 남티롤의 역사
이 지역은 수백 년 동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핵심 영토였습니다.
알프스산맥 남쪽에 위치한 티롤 지역은 오스트리아의 확실한 통치아래 주민들은 당연히 독일어를 쓰고 오스트리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탈리아어 사용 인구가 거의 없었던 완벽한 독일어권 지대였습니다.


2. 제1차 세계대전과 승전국 이탈리아의 강제 병합
남티롤의 운명이 뒤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제1차대전 이었습니다.
전쟁초기 중립을 지키던 이탈리아는 연합국 측에 가담하는 전제조건으로 알프스 남쪽의 오스트리아 영토를 넘겨받기로 비밀 협약을 맺었습니다. 

전쟁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는 1919년 생제르맹 조약(Treaty of Saint-Germain)에 따라 남티롤 지역은 오스트리아의 의사와 상관없이 승전국인 이탈리아에 강제로 병합되었습니다.
참고로 이때 체코, 폴란드, 헝가리, 유고슬라비아가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하였으며 오스트리아는 영토의 60%를 상실하여 소국으로 전락했습니다.


3. 무솔리니(Mussolini) 독재 정권의 혹독한 이탈리아화 정책
이탈리아 영토가 된 이후 남티롤 주민들에게는 잔혹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은 남티롤 지역의 독일어 정체성을 완벽하게 지워버리기 위해 강압적인 이탈리아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언어 및 지명 사용 금지: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독일어 사용을 철저히 금지하고 이탈리아어만 쓰도록 강제했습니다. 기존의 독일어 지명과 사람들의 성씨까지 강제로 이탈리아식으로 바꾸게 했습니다. 
이탈리아판 창씨개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주 정책:
이탈리아 남부와 중부 지역의 이탈리아인들을 남티롤로 대거 이주시켜 독일어 사용 인구의 비율을 낮추려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오스트리아계 주민들의 분노와 원망이 극에 달했으며 이탈리아 중앙 정부에 대한 심각한 반감이 깊게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4. 현재 독일어 사용 인구 비율과 명확한 현황
오늘날 볼차노 주 즉 남티롤 지역의 언어 구조는 아주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현재 볼차노 지역 전체 인구 약 53만 명 가운데 약 70%에 달하는 절대다수가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약 26% 안팎이며 나머지 약 4퍼센트는 고유의 라딘어(Ladin - Latin이 아님)를 사용합니다.

중심 도시인 볼차노 시내에는 이탈리아어 사용 인구가 조금 더 많지만 시외 지역과 산간 마을로 들어가면 주민의 90% 이상이 오직 독일어만 사용하는 완벽한 독일어 세상이 펼쳐집니다.


5. 참혹한 폭탄 테러를 거쳐 얻어낸 자치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분리독립 요구가 이어졌고 1960년대에는 분리주의자들의 폭탄 테러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유혈 갈등을 겪었습니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오스트리아 정부 및 유엔과의 장기적인 협상 끝에 볼차노 지역에 전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했습니다.

강력한 재정 및 입법 자치: 볼차노 주에서 징수되는 세금의 90% 이상을 중앙정부로 보내지 않고 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합니다.

완벽한 이중 언어 보장: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및 도로 표지판에서 독일어와 이탈리아어가 완전한 동등한 위상을 가집니다.

공무원 비율제: 공무원을 채용할 때 언어별 인구 비율에 맞게 정확히 나누어 선발하여 차별을 원천 차단합니다.


6. 여전히 존재하는 갈등
현재는 과거와 같은 유혈충돌이나 물리적갈등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강력한 자치권과 막대한 재정적 풍요로움 덕분에 볼차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정체성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 독일어권 주민들은 이탈리아 팀 대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팀을 응원하는 경향이 강하며 자신들을 이탈리아인이 아닌 남티롤인으로 정체성을 규정하는 마음속 경계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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